2019년 9월 29일(SUNDAY) ●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문답 제063문답

[질문] 제5계명이 무엇입니까? [대답] 제5계명은 “네 부모를 공경하라. 그리하면 너의 하나님 나 여호와가 네게 준 땅에서 네 생명이 길리라” 하신 것입니다(출 20:12; 신 5:16).

제63문답부터 66문답까지는 십계명 중에서 제5계명에 대한 신앙을 고백하는 시리즈를 구성하고 있습니다. 십계명이 제1, 제2, 제3계명을 연속적으로 “~~ 하지 말라”라는 형식의 부정명령 형태로 진행되다가 제4계명에서 “~~ 하라”라고 한 긍정명령 형식이 되었는데, 여기 제5계명 역시 같은 긍정명령 형식이 됨으로써, 첫째 돌판과 둘째 돌판을 이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은 나름 흥미로운 현상으로 눈 여겨볼 만하기도 합니다.

‘부모를 공경하라’는 계명은 여타의 종교나 단체를 물론하고 일종의 정의처럼 자리잡고 있는 인륜이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. 하지만 그러한 단체들이 단순히 부모에 대한 자식의 효심을 강조하고 있는 경우와는 달리 기독교의 경우 특유의 계시가 내포되어 있다는 것을 유념해야 합니다. 구약교회에 주어진 이 계명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언약을 성취하신 데 따라 출범하게 된 신약교회를 위하여 정경이 보강되었을 때, 이제 에베소서에서 의미가 보다 더 강화되고 세밀해지는 형식을 취하게 됩니다. 즉 사도 바울은 “그리스도를 경외함으로 피차 복종하라!”라고 한 전제하에, 좀 더 구체적으로 남편과 아내 간에, 부모와 자식 간에, 그리고 상전과 종 간에 피차 복종할 것과 사랑할 것을 명령할 때에(엡 5:21-6:9), 그 중간에 “이 비밀이 크도다 내가 그리스도와 교회에 대하여 말하노라”(엡 5:32)라고 한 말씀이 일종의 비밀(?)처럼 자리잡게 된 것이 그러합니다.

자녀의 위치나 입장에서 부모를 공경하는 것은 당연한 인륜입니다. 하지만 기독교의 경우 좀 더 구체적인 이유 또는 의미를 생각해야 하는데,  하나님께서 성도들 모두의 창조주이시듯이, 모든 부모는 모든 자녀들을 상대로 사실상 창조주와도 같은 권위를 갖습니다. 자녀들은 부모로부터 이 세상에 태어날 때에, 하나님께서 무에서 우리 인간을 내신 것처럼, 그들 역시 사실상 부모에 의해 무에서 태어난 것임에 다르지 않습니다.

자식은 의당히 부모를 공경할 수 있어야 하고, 그렇게 부모를 공경하는 모습은 하나님의 계명에 대한 순종이자, 하나님을 상대로도 보다 더 실제적으로 경배할 수 있는 실력을 일상 훈련해 나가는 학습 현장과도 같습니다. 통상 회자되기로 “피는 물보다 더 진하다!” 하는 말이 있습니다. 일반 사람들과 맺고 있는 친밀도에 비추어 볼 때에 아무래도 혈육 간의 관계는 같은 혈통과 같은 육체로서 결속되어 있으므로 더 깊고 진지할 수밖에 없는 것은 인지상정(人之常情)인 데서 하는 말이겠습니다.

성도로서 육신의 부모를 공경하는 실력은 상대적으로 자신의 영혼의 진정한 부모이신 하나님께 대한 공경과 관련하여 그 실질의 정도를 가늠할 수 있게 해주는 일종의 리트머스 시험지와도 같다고 보아야 합니다.  왜냐하면 육신의 부모는 눈에 보이는 모습으로서 자기 앞에 있고, 또한 그 관계 역시 매우 친밀하고 항상 실제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. 그러므로 눈 앞에 보이는 부모이시고, 더욱이 자신을 세상에 내신데 따라 마치 창조주와도 같은 은혜를 베푸신 분이시니, 이제 상대적으로 피조물의 입장에 있는 자식으로서는 그야말로 자신의 생명을 다 바치는 정도로까지 부모를 공경하여야 함은 마땅하다 아니할 수 없습니다.

그러므로 부모와 자식이 어울려서 살아가는 가정이란 사실상 하나님 나라의 축소판이요, 교회의 가장 작은 형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. 자식은 가정에서 육신의 부모를 공경하는 실력을 토대로, 눈에 보이지 않는 영혼의 부모이신 하나님을 상대로도 실제로 경배를 드릴 수 있는 것입니다. 반대로 보자면, 가정에서 육신의 부모에게 불효하는 자식의 입장이라면, 그는 영혼의 부모이신 하나님을 상대로도 결코 경배할 수 없을 것입니다. 이 관점과 관련하여 사도 요한의 메시지를 참고할 필요가 있습니다. “누구든지 하나님을 사랑하노라 하고 그 형제를 미워하면 이는 거짓말하는 자니 보는 바 그 형제를 사랑치 아니하는 자가 보지 못하는 바 하나님을 사랑할 수 없느니라”(요일 4:20). 이 말씀은 상호 간에 피를 나누지 않은 관계였지만, 이제 복음 안에서 그야 말로 혈통적으로 맺어졌듯이 새로운 가족이 된 형제자매들 간에 어떻게 참된 사랑으로서 결속되어야 할 것인가를 잘 보여줍니다. 그렇다면 아예 처음부터 혈통 관계에 있고, 더욱이 부모가 되시는 분을 상대로는 그 사랑의 공경이 지극할 것은 얼마나 당연하다 아니할 수 있겠습니까? 눈에 보이는 부모, 더욱이 자기를 낳아주신 부모를 상대로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도리조차 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면, 자신이 아무리 하나님을 신앙하고 경배한다면서 주장하고 나선다 할지라도, 선뜻 인정 받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데 대해서는 자신의 양심부터가 충분히 증명해줄 것입니다.

하나님께서는 모든 자녀들이 자신의 부모에 대해 마땅한 존경심으로서 공경할 것을 요구하십니다. 그러한 실력을 경험과 토대 삼아 하나님 자신께 대한 경배로 연결되어야 할 것을 가르치신 것입니다. 실로 “… 그리하면 너의 하나님 나 여호와가 네게 준 땅에서 네 생명이 길리라”라고 하신 약속의 말씀까지 덧붙여 주신 것은 이러한 차원 때문입니다. 어떻습니까? 부모님 공경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까?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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